사실은 너무 놀라서 외면해버렸던 순간, 그 순간 후에도 다시 되잡을 수 있는 시간은 주어졌었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러지 않았다. 대체 왜 그랬을까... 수년, 수십년이 지나도 떠오르면 심장이 생생하게 아픈 순간들, 심장의 살아있음이 다르게 체험되는 순간들이 있다. 미안함, 그리고 전달하지 못했던 마음과 죄책감, 그리고 사랑. 파리에서도 늦가을 그 무렵에는 돌이킬 수 없었던 그 순간과 관련된 꿈을 꾸었고, 너무 아팠다. 동시에 너무나도 생생했던 삶의 순간들. 그래서 사랑은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고, 앞서 살았던 사람들은 우리에게 살아가는 동안에 많이 사랑하라고 하나보다. 그 날 나는 이제는 무어라고 적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쪽지를 접어들고, 미라보 다리로 갔었다. 그리고 전달할 수 없는 마음대신에 강물에 쪽지를 흘려보냈다.
미라보 다리 밑으로 센 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르네
- 센 강의 다리. 다양한 표정을 가진 도시 파리
- 미라보 다리와 위치, 그 주변. 파리 15구와 백조의 섬(시뉴섬)
- 백조의 섬에서 미라보 다리 보기. 위치와 가는 법, 쇼핑 센터 보그르넬(Beau Grenelle)
- 미라보 다리 위치, 15구와 16구를 잇는 곳.
-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
센 강의 다리, 분위기, 풍경. 다양한 표정을 가진 도시 파리
파리의 센 강에는 많은 다리들이 있다. 한강의 대교와는 달리 인간적인 규모라 걷기에도 좋고, 나를 둘러싼 것이 거대한 도시, 빌딩, 차량이 아닌 도시의 포근함이다. 도시의 풍경, 분위기때문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고독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소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파리라는 도시는 '그럴 수 있어. 괜찮아' 라고 친절하지는 않아도, 그냥 말 없이 감싸주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따뜻하다. 하지만 파리는 매우 울적하고, 우울하게 경험될 수도 있고, 동시에 따뜻하고, 인간적인 낭만으로 다가올 수 있는, 정말로 표정이 많은 도시이다. 프랑스 문화처럼 삶의 다양한 모습을 닮았고, 그것을 그대로 허용하는 도시이다. 그것이 때로 방종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C'est la vie(그게 인생이야. 인생이 그래).' 라고 생활에서 자주 말하는 도시. 그래서 파리를 사랑하게 되거나, 동시에 애증하는 도시가 되기도 쉬운데,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미라보 다리와 위치, 그 주변. 파리 15구와 백조의 섬(시뉴섬)
센 강에는 퐁 뇌프, 퐁 데 자르, 알렉상드르 3세교 등 유명한 다리가 많다. 참고로 Pont(퐁)은 다리를 의미한다. 미라보 다리는 이름은 유명하지만, 상대적으로 파리 중심지에서는 살짝 떨어진 느낌이기도 하다. 미라보 다리는 에펠탑이 자리한 파리의 남서쪽, 오랜 건물의 아름다움과 화려함이 점점 옅어지고, 보다 현대적인 건물과 분위기가 겹쳐지는 곳에 있다. 이 곳은 안정된 중산층의 거주지인 15구와 부촌 중 하나인 16구가 만나는 곳이다. 에펠탑에서 서쪽으로 조금 더 가면되고, 가까운 편이다. 15구는 파리의 특유의 분위기에 생생하면서도 안정된 일상의 느낌이 묻어나서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참고로 한국인들이 이 곳에 많이 살고, K 마트와 같은 한인마트, 한식당도 꽤 많은 곳이다.
백조의 섬에서 미라보 다리 보기, 위치와 가는 법, 쇼핑 센터 보그르넬(BEAUGRENELLE)
미라보 다리는 직접 가서 볼 수도 있지만, 백조의 섬의 끝에서도 볼 수 있다. 백조의 섬 일명 시뉴섬(ile aux Cygnes)은 센 강의 한 가운데 있는 길쭉한 모양의 폭이 좁은 섬으로, 미국으로부터 받은 뉴욕의 여신상과는 달리 작은 크기의 자유의 여신상이 이 섬 끝자락에 있다. 자유의 여신상 뒤로 보이는 다리가 미라보 다리이다.
에펠탑에 간다면, 미드나잇 인 파리의 오프닝, 패션 화보에도 종종 나오는 비르하켐 다리가 가까이 보인다. 비르하켐 다리의 중간에 백조의 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작은 섬이고,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근래에 방송에 소개되어 조금 알려졌지만, 예전에는 파리지앵만이 아는 장소였었다. 섬에 들어서면 꽤 조용하다. 아마도 요즘에도 그럴 것 같다. 센 강의 한 가운데에서 느껴보는 운치가 있다. 강 주변으로 16구의 아름다운 집들도 보여서, 잠깐 들려보는 것도 좋다. 활기있는 관광타운 사이에 있는 조용한 곳.
시뉴섬의 양 끝은 비르하켐 다리(Pont de Bir-Hakeim)와 그르넬 다리(Pont Grenelle)와 만난다. 그르넬 다리에서 강의 좌안(남쪽, 에펠탑쪽)에 BeauGrenelle (보그르넬)이라는 현대적인 쇼핑 센터가 있다. 갤러리 라파예트 보그르넬도 이 곳에 있고, 상점과 극장, 서점, 다양한 음식점, 네일샵, 볼링센터 등을 갖춘 종합 쇼핑센터이다. 파리의 중상류층의 안정된 거주타운과 조금 더 현대화된 느낌의 쇼핑센터를 구경하기에 좋다. 예전에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깨끗하고 무료라서 종종 갔었는데 이제는 다른 곳들처럼 이용료를 받는 것 같다.
미라보 다리 위치, 15구와 16구를 잇는 곳.
파리는 작은 도시이기에, 조금 더 걸으면 미라보다리 앞에 직접 갈 수 있다. 미라보 다리 주변으로 아주 고층은 아니지만, 파리의 현대적인 건물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주로 호텔, 사무실, 거주용 아파트들이다. 그리고 다리 근처는 앞서 말한대로 전형적인 중산층 주거지이고, 특유의 활력이 있다. 다리의 남쪽은 안정된 중산층 거주지인 15구, 북쪽은 파리의 부촌 중 하나인 16구이다. 15구와 16구를 잇는 풍경이 시원하고 좋다.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를 유명하게 만들고, 특별한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은 아폴리네르(Apollinaire)의 시 '미라보 다리 Pont Mirabeau' 이다. 아폴리네르는 집으로 가기 위해 이 다리를 매일 걸어다녔고, 연인이었던 화가 마리 로랑생과의 실연 후에 '미라보 다리'를 지었다고 한다. 미라보 다리는 파리에서 가장 화려한 다리인 알렉상드르 3세교의 설계자인 Résal이 설계한 다리이다.
파리에서 지난 사랑을 떠나보내고 싶을 때, 실연의 아픔이 있을 때 들려보기 좋은 곳이다. 시가 위로를 해줄 것이다.
미라보 다리(Pont Mirabeau)
미라보 다리 밑으로 센 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르네
기쁨은 항상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밤이 오고 시간이 울리고
세월은 가지만 나는 남아있네.
손에 손을 잡고 얼굴을 마주보며 서 있자.
마주잡은 팔 밑으로
영원히 바라보기에 지친 물결이 지나가더라도
밤이 오고 시간이 울리고
세월은 가지만 나는 남아있네.
사랑은 이 물이 흐르는 것처럼 떠나가고
사랑은 떠나가네.
삶이 느린 것처럼
희망이 격렬한 것처럼
밤이 오고 시간이 울리고
세월은 가지만 나는 남아있네.
날이 지나고 세월이 지나도
흘러간 시간과
떠난 사랑은 돌아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밑으로는 센 강이 흐르네
밤이 오고 시간이 울리고
세월은 가지만 나는 남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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