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40km쯤 떨어진 멀지 않은 샹티이 성(Château de Chantilly, 샤또 드 샹티이)이 있다. 샹티이 성은 부르봉 왕가의 방계 귀족인 오를레앙 공작 가문의 성으로, 아름답고 우아한 풍광을 가졌다. 또한, 성의 부속인 콩데 미술관, 샹티이 도서관의 미술품과 고문서는 어떤 박물관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글 순서]
- 우리가 기대하는 아름다운 성의 모습 샹티이 성. 정원 설계자도 가장 아꼈던 곳
- 샹티이 성의 주인은 누구였나? 콩데 가문의 유산까지 상속받은 오말 공작
- 샹티이 성과 관련된 유명한 것, 일화들
- 샹티이 성 추천이유
- 샹티이 성 가는 방법
우리가 기대하는 아름다운 성의 모습 샹티이 성. 정원 설계자도 가장 아꼈던 곳
파리 근교에 베르사유, 보르비콩트, 퐁텐블로 등 많은 성들이 있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아름답고 우아한 성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것이 샹티이 성이라고 생각한다. 베르사유 궁전은 언제나 관광객이 많기도 하지만, 권력과 화려함에 치중한 것 같은 느낌이라 보았을 때 아름답다거나 우아하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베르사유 궁전 건설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는 보르비콩트 성은 가보진 못했지만, 베르사유보다 더 아름답다고 한다.
프렌치 르네상스 식으로 지어진 샹티이 성과 정원은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기품 또한 느껴진다. 정원은 규모면에서도 베르사유에 뒤지지 않는다. 사실 베르사유, 보르비콩트, 샹티이 성, 루브르의 튈르리 정원은 모두 같은 설계자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설계자인 앙드레 르 노트르(André le Notre)가 가장 아꼈던 정원이 샹티이의 정원이라고 한다.
샹티이 성의 주인은 누구였나? 콩데 가문의 유산까지 상속받은 오말 공작
샹티이 성은 프랑스 왕가와 매우 밀접한 성이다. 프랑스의 마지막 왕인 루이 필립프 1세 가문의 성으로, 대혁명으로 물러난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방계 귀족 가문인 오를레앙 공작 가문이 샹티이 성의 주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루이 14세가 친척집인 샹티이 성에 방문했을 당시 내려오는 일화도 있는데, 뒤에서 소개하겠다.
프랑스혁명과 이후 쿠데타, 왕정복고 운동 등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왕족과 귀족들 중에는 혁명을 지원하고 가담하는 이들도 있었다. 샹티이 성의 주인인 오를레앙 공작 루이 필립프 2세도 그러하였으며, 그의 아들인 '프랑스 왕'으로 불리는 루이 필립프 1세는 프랑스에서 추방되었다가 나폴레옹이 물러나면서 귀국하여 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시민왕을 자처하였으나 공화파에 의한 혁명과 제2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는데, 그는 프랑스의 마지막 왕이었다. 프랑스의 마지막 왕, 루이 필립프 1세의 다섯째 아들 오말 공작이 샹티이 성의 마지막 주인이다.
성의 마지막 주인인 오말 공작은 훌륭한 컬렉션으로 평가받는 콩데 미술관과 도서관의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는 오를레앙 공작이면서, 프랑스 왕가와 혈연관계인 혈통대공(왕자들)으로 불리는 콩데 가문의 상속자이기도 했다. 콩데 가문의 부르봉 콩데 공작은 후계자가 없었고, 막대한 재산을 친척 조카인 오말 공작에게 물러주었다. 오말 공작이 당시 물려받은 재산은 현재 가치로 빌게이츠의 재산을 넘어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재산은 왕실의 재산이 아닌 개인 귀족의 재산이었기에 국가로 환수되지 않았고, 혁명 후에 되찾을 수 있었다.
오말 공작은 그의 컬렉션에 콩데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막대한 유산을 남겨준 콩데 숙부를 기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의 혈통과 가문은 혁명, 공화정의 복잡한 정세로부터 안전할 수 없었고 추방당하게 된다. 추방 후, 영국에서 지냈으며, 불안한 정세 속에 귀중품을 팔려는 많은 귀족들, 친인척들의 관계를 통해 훌륭한 예술품, 고서, 초상화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귀국 후, 그는 샹티이 성에 살았으며, 직접 수집품들을 전시하였는데, 샹티이 성의 수집품들은 오말 공작 소유 당시의 모습 그대로 공개되고 있다.
노년의 오말 공작에게 다시 재추방의 명령이 떨어졌고, 그는 샹티이 성과 자신의 수집 컬렉션을 조건하에 프랑스 학사원(또는 한림원)에 전부 기증하였다. 그가 건 두 가지 조건은 수집품을 절대 성 밖으로 반출하지 않을 것, 그리고 샹티이 성에 전시된 지금의 모습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기증된 성과 예술작품, 서적은 웬만한 박물관에 뒤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며, 매우 귀중한 자료가 많다.
샹티이 성과 관련된 유명한 것, 일화들
1. 샹티이 크림. 오늘날 생크림의 탄생지
샹티이 성은 오늘날 생크림이라고 불리는 고체 형태의 샹티이 크림이 최초로 탄생한 곳이다. 연회 디저트에 쓰일 크림을 이곳 요리사였던 바텔이 최초로 만들었고, 샹티이 크림이라고 불렀다. 성안에 'Les Cusines de Vatel'이라는 레스토랑 겸 차를 파는 살롱 드 떼가 있고, 샹티이 크림이 탄생된 곳에서 샹티이 크림을 재료로 사용하는 디저트들을 판다.
2. 바텔 자살로 생을 마감하다.
루이 14세가 방문했을 때, 요리사 바텔은 연회 준비로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아온 나머지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잠을 못 잤다고 한다. 그리고 당일 생선이 늦게 도착하였는데, 생선이 오지 않아 두려움에 떨던 바텔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왕의 권력이 무엇인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세상을 떠난 불과 한 시간 뒤에 생선이 도착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제라르 드파르디유가 주연한 영화 바텔에 담겨있다.
3. 콩데 미술관, 오말 공작의 서재(극장식 도서관)의 훌륭한 컬렉션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국외로 추방당한 젊은 귀족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오말 공작의 가문에 대한 관심은 혈통의 초상화 수집으로 이어졌고, 점차 미술품, 고도서 등 다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을 수집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라파엘로의 삼미신과 중세의 보물 중 하나로 평가되는 딕 베리의 기도서이다. 가로*세로 각각이 18cm가 채 안 되는 작은 그림인 라파엘로의 삼미신은 시선과 마음을 끈다. 참고로 오말 공작의 서재 2층은 관람할 수는 없다.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귀중한 자료가 많다고 한다.
4. 유럽 최대의 마굿관과 말 박물관
마구간과 말 박물관은 샹티의 성의 부속은 아니지만, 매우 가까이에 건축적으로도 연결감 있게 있어서 관심 있다면 보기 좋다. 유럽 최대의 마구간이 있고, 샹티이는 경마장, 경마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샹티이 성 추천이유
프랑스에 왔는데 베르사유 궁에 안 가기는 뭔가 찝찝하지만, 성과 정원, 인테리어, 분위기 자체로 보았을 때 샹티이 성이 훨씬 우아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귀중한 컬렉션까지. 우리가 왕이나 귀족이 살던 성에 기대하는 것, 분위기는 이곳이 훨씬 가깝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했던 친구가 추천해 준 곳인데,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을 만큼 분위기 등 전반적으로 좋았다. 실제로 관람객의 만족도가 더 높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웨딩촬영도 종종 이루어지는데, 브라질 축구선수 호나우두가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었다. 성을 좋아하고,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베르사유보다는 이곳을 추천하는데, 더 많은 것이 남는 느낌이다. 참고로 뮤지엄 패스에도 포함된다.
샹티이 성 가는 방법
파리 근교인 이곳은 파리 북역에서 파리와 근교를 잇는 열차인 Transilien을 타고 26분 이면 갈 수 있다. 역이름은 Chantilly -Gouvieux. 시간표와 열차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자. 5 존을 커버하는 나비고 카드 소지자라면 Transilien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는, RER D를 타고 갈 수 있는데 45분 정도 소요된다. 열차에서 내려서 25~30분 정도 넓게 펼쳐진 숲길을 걸어야 하는데, 나름 운치가 있다. 혹은 택시, 샤또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으니 이용해도 된다. 셔틀버스는 주말과 국경일에만 운영하는 것 같은데, 샹티이 성 홈페이지(chateau de chantilly)에서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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