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P라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 비포 시리즈를 안 좋아할 수 없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닌 게 INFP인 나는 이 시리즈를 처음 봤던 고교 시절부터 너무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파리를 무대로 찍은 비포 선셋이다. 오프닝부터 셀린 역을 맡은 쥴리 델피가 부른 Ocean apart를 배경으로 보이는 파리의 모습은 10년 만의 재회가 어떻게 될지 너무 설레게 한다. 영화 비포 시리즈의 탄생에 관한 감독의 자전적 경험과 파리를 배경으로 한 '비포 선셋'의 장소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링클레이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와 비포 시리즈
- 비포 선셋과 파리
- 영화 속 장소 (Le Pure Cafe, Plantee 산책로)
링클레이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와 비포 시리즈
링클레이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시작된 것이 비포 선라이즈다. 하지만 감독의 실재 이야기에는 두 사람의 재회가 없었다. 감독은 젊은 시절, 영화 속 제시와 셀린처럼 우연히 누군가를 만났고 운명의 상대로 느꼈으나, 얼마 뒤 상대방에게 일어난 갑작스러운 사고와 죽음으로 다시 만날 수 없었다고 한다.
영화는 이러한 가슴 아픈 이야기에 대한 치유작업이기도 했을까? 이 영화 시리즈의 처음인 비포 선라이즈는 감독의 자전적 실재 이야기와 못 이룬 사랑과 이에 따라 남은 꿈과 같은 미지나 여백과 같은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서 그런지, 보는 사람들 또한 흔치 않지만 있을법한 이야기에 '어떠할까?'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과 환상을 많이 남기는 것 같다.
비포 선셋과 파리
INFP라 그런지 비포 선라이즈는 잘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 유럽 여행에 대한 환상의 한 부분으로 남아있기도 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비포 선셋이 개봉한다는 소식만으로도 너무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촬영 장소는 셀린이 사는 공간인 파리. 셀린 역의 쥴리 델피가 부르는 Ocean apart가 깔리며, 파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오프닝부터 내겐 너무 완벽했다. 너무 달달하게 말하지 않고, 삶의 어두운 부분도 그대로 인정하고, 어찌 보면 이러한 측면을 어떤 문화보다도 더 가까이에 놓아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에(관조적이라고 해야 할까?), 과하게 부풀려진 달콤함, 달달함만이 아니어서 더 낭만적인 장소가 될 수 있는 곳 파리. 그 둘의 재회가 이루어지기에 너무 알맞은 도시인 것 같다.
영화 속 장소
가장 소개하고 싶은 곳은 제시의 사인회에서 만나 길을 걷다가 들어간 카페이다. 카페에서 그들은 같은 시기에 미국 뉴욕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과거에도 그랬듯이 끊기지 않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영화 속에 나온 그 카페는 Le Pure Cafe로, 거리와 건물이 시작되는 모퉁이에 예쁘게 자리 잡고 있다. 홀로도 갔었고, 좋아했던 일본인 언니와도 갔었는데 그녀도 영화를 좋아해서인지 마음에 들어 했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서로 인접하는 3구, 11구 일대에서 촬영되었고, 소개하는 카페와 산책로도 같은 11구에 속하고 바스티유에서 가까운 편이다. 산책로는 11구에서 시작되어 12구 까지 이어진다.
Le Pure Café [르 쀠흐 카페]와 11구
파리 11구에 위치한 까페이다. 11구는 자유롭고, 활기찬 가게와 레스토랑 등이 많은 지역으로 흔히 서울의 홍대에 비유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바스티유 광장, 생마르탱 운하, 헤퓌블리크(리퍼블릭) 광장이 11구에 있으며, 2015년 총기 난사 테러가 일어났던 바타클랑도 11구이다. 이곳은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가 있고, 전통적인 것보다는 보다 자유롭고, 보다 젊고, 진보적인 느낌이 과하지 않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이곳은 과거 노동 계급의 거주지였으며, 바스티유, 리퍼블릭 광장이 상징하는 것처럼 프랑스 대혁명의 역사와 관련이 깊은 지역이다.
영화 속 Le Pure Cafe도 이 지역의 편안하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와 어울린다. 아주 특별할 것은 없지만, 고유한 분위기를 가진 카페로 에메랄드빛 포인트 칼라도 인상적이다. 20세기를 모티브로 한 이곳은 과거의 느낌이 나는데, 낡기보다는 특유의 분위기가 편안했고, 장식품들도 눈을 끌었다. 이곳은 음료만 취급하는 카페가 아니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부터 든든한 식사까지 갖춘 곳인데, 구글 평을 보니 음식도 괜찮은 것 같다. 나는 2번의 방문에서 커피만 마셨는데, 홀로든 함께이든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 되게 특별할 것은 없지만, 비포 선셋 때문이 아니라도 다시 한번 가고 싶은, 고유의 분위기가 있고 편안한 카페이다.
9호선 Charonne 역에서 제일 가깝고, 바스티유에서도 찾아갈 수 있다. 주소는 14 Rue Jean-Macé, 75011 Paris이다.
Prommenade Planteé (산책로)
Prommenade는 산책로를 의미하는데, 이 산책로는 Coulee Vert Rene-Dumont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산책로는 공중 산책로로 보통 사람이나 차들이 지나다니는 길보다 높은 곳에 있는 산책로이다.
원래는 기차 철로가 놓였던 철길로, 폐쇄된 기찻길을 후에 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그리고 기찻길을 지탱하기 위해 건설된 육교와 육교의 아치에는 현재 다양한 공방이 들어서 있는데 벽돌로 지은 아치와 아치형 창을 가진 공간은 공방과 잘 어우러진다. 이전의 철로를 위한 육교 위에 건설된 산책로라 평지를 따라 걸음에도 뷰가 다르다. 다양한 파리의 건물들을 가까이에서 또 다른 높이에서 보는 재미도 있다. 영화와 관련 없이 특색 있는 공간(산책로와 공방들이 늘어선 길)이기에 한 번쯤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바스티유에서 가깝다.
그 밖에 제시가 사인회를 열었던 오랜 역사를 가진 유명한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오프닝과 제시와 셀린이 만나 걸어가는 장면에도 다시 등장하는 생 폴 생 루이 성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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