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롱차와 버블티로 유명한 대만. 중화권 문화답게 어디에서든지 차 음료를 접하기가 쉽지만, 이곳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대만 특유의 찻집에서 제대로 갖춘 다구에 우롱차를 마셔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경험을 하기에 좋은 장소들이 몇 곳 있지만, 소개하고 싶은 곳은 칭티엔차관(청전차관)이다. 칭티엔차관은 여행자라며 한 번쯤은 방문하는 융캉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곳은 대만의 일본식 가옥인데, 집 자체도 구경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실내 인테리어와 장식도 구석구석 아름답다. 그리고 대만의 유명한 차를 제대로 된 전통 다구에 우려서 마셔볼 수 있어, 가격대는 조금 있지만 값어치를 한다.
[글 순서]
- 칭티엔차관(청전차관)
-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만 우롱차
칭티엔차관
칭티엔차관은 대만식 일본 가옥이다. 그래서 일본 건축의 목재와 직선이 주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이 잘 살아있다. 실제로 칭티엔차관은 대만의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 교수의 집이었으며, 융캉제에서 멀지 않다. 융캉제가 미식의 거리가 된 배경에는, 과거에 외교관 등 많은 외국인들이 이 거리에 살았고 다양한 식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칭티엔차관 또한 이 유명한 거리에 위치한 외국인이 살던 집이고, 세월의 흔적이 아름답게 남아있다. 일본인이 특히 많이 찾는 편이라고 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그것을 특별히 느끼지는 못했다.
이곳은가구, 장식된 소품, 목재 문 사이의 타일 장식, 서체 등 공간의 구석구석 세심하게 신경 쓴 인테리어만으로도 충분히 방문가치가 있다. 공간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입체적이고, 충분히 넓고, 다양한 형태의 좌석들이 여유롭게 배치되어 있다. 공간 구성이 입체적이라, 각각의 장소에서 다른 뷰들이 멋지고, 다른 손님들의 방해없이 여유롭게 공간을 쓸 수 있어서 좋다. 한 사람이 노트북 작업을 하기에도 너무 좋다.
이곳에서는 꽁푸차(工夫茶)를 제공하는데, 꽁푸차란 다도와 같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차를 마시는 것을 말한다. 제대로 갖춘 다구 세트에 차를 내오고, 첫 차는 직원이 설명을 해주며 차를 우려 준다. 영어로 설명을 해주는데, 꼭 말이 필요하지는 않다. 첫 차를 우린 후에는, 보온병에 담아 주는 물로 원하는 만큼 우려먹으면 된다. 이런 다구 세트에 차를 마셔본 적이 없었는데, 기능이 세분화된 도구가 많았다. 그리고 약간 ASMR처럼 이 많은 도구들은 시각뿐 아니라 청각 감각도 자극한다. 차를 찻주전자(다호)에 넣을 때에도 다칙이라고 하는 대나무로 만든 길쭉한 도구에 차를 옮겨 담고, 다시 다른 긴 나무 형태의 막대기나 집게로 차가 미끄러지듯이 주전자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는데, 시각과 청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다호(찻주전자)부터 한국의 다기와 다르게 생겼다. 작고 앙증맞은데, 사용해 보니 차 우리는 시간을 적당하게 해주는 것 같아 차를 즐기기에 딱 좋은 크기인 듯했다.
나는 권유해 준 것들 중에서 동딩우롱차를 골랐다. 동딩우롱(동정우롱, 혹은 똥딩우롱)은 대만의 대표적인 우롱차 중의 하나이다. 이곳에는 대만의 유명한 차들이 많았는데, 동딩우롱은 대중적이면서도 가격대도 접근하기 좋은 편에 속했다. 참고로 가격은 차 500 TWD, 그리고 앞에서 말한 대로 보온병에 담아주는 물(리필 가능하다) 200 TWD이다. 조금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차를 제대로 즐기고, 아름다운 공간이 힐링의 분위기가 있어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칭티엔차관에 들어가기 전, 어떤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차를 마시지는 않아도 실내로 들어가는 문 밖까지는 들어갈 수 있고, 문 장식이나 정원,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 같은 것을 대략적으로 구경할 수 있긴 하다. 융캉제, 타이완 사범대학에서 가까우니, 제대로 차를 마셔보고 싶다면 이곳에 방문해 보는 것이 어떨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만 우롱차
대만의 지형은 차를 재배하기에 좋다. 대만은 동북아시아의 최고봉인 옥산과 아리산 등 산으로도 유명한데, 국토의 2/3이 산과 구릉지대이다. 이러한 지형에 따뜻한 기후, 청정한 공기, 적당한 안개 등은 차 재배에 아주 좋은 환경이 된다. 그래서 일 년에 동절기를 제외한 모든 시기에 찻잎을 수확한다고 한다. 대만의 유명한 차는 우롱차인데 우롱차는 발효시킨 차로, 전혀 발효하지 않은 녹차와 전체를 발효시킨 홍차의 중간 형태이며, 부분 발효의 정도도 차마다 다양한다. 이렇게 부분 발효시킨 차는 녹차가 아닌 청차(靑茶)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만의 차들은 청차, 즉 우롱차이다. 참고로 '동방미인'이란 애칭이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하오 우롱차는 전 세계에서 대만에서만 생산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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