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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 in 아시아

대만 타이베이, 해가 진 후에 더 아름다운 신들의 공간. 타이베이의 사원과 사당들 (feat. 용산사, 바오안궁, 싱티엔궁, 공자묘)

by mini's peach 2024.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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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여행을 가기 전, 사진으로 본 용산사(롱샨쓰)와 다른 사원들은 전혀 나의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늘로 상승하는 극적인 곡선과 화려한 장식이 건축 전체에 빽빽하게 채워진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만 여행에서 가고, 또 가고 했던 곳이 사원이었다. 특히, 저녁과 밤에 채색유리의 장식적 요소들은 제 빛깔을 찾아 더욱 빛나고, 화려하게 꾸며진 신들의 공간은 그들의 시간을 맞이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너무 경이롭거나 무섭기보다는 친근하게 다가오고,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던 곳. 사람에 따라서는 처음에 약간 무서운 느낌을 받는 곳도 있겠으나, 사원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있어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타이베이 시내의 유명한 사당 혹은 사원은 불교, 도교의 신들이나 실존했던 인물들을 모시는데, 이에 따라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이런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여기에서는 타이베이 시내의 유명한 사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맑은 날은 낮에도 채색 유리가 아름답지만, 해가 진 저녁이나 밤에도 한 번 가보길 추천한다. 사람도 덜 붐비고, 퇴근한 시민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공간의 분위기가 좋다.    

  • 용산사(롱샨쓰)
  • 보안궁(바오안궁)과 공자묘(꽁먀오) 
  • 행천궁(씽티엔궁)
  • 대만 사원만의 분위기 & 방문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용산사(롱샨쓰)

 여행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사원이 용산사이다. 용산사가 있는 서부지역은 타이베이의 발생지로, 전통스럽고 예스러운 분위기가 있다. 용산사 역을 빠져나오면, 주변 일대에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어딘지 모르게 우리나라의 종각, 종로일대의 연상시킨다. 용산사는 본당의 관세음보살이 유명한데, 이 밖에도 도교와 유교의 신들을 함께 모시고 있다. 그렇기에 용산사는 불교 사원이 아닌, 유·불·선의 신들을 함께 모시는 곳으로 전형적인 대만식 도교사원이라고 한다.

이곳의 관세음보살이 유명한 이유는 2차 세계대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만은 일본의 식민지로 미군과 연합군의 공격을 받았는데, 용산사는 주민들에게 폭격을 피하는 대피장소로 자주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용산사를 총독부로 착각한 미군이 밤에 폭격을 하였고, 그날도 대피하기 위해 주민들이 모였으나 난데없는 출몰한 많은 모기떼로 주민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우연으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으며, 폭격 후에도 관세음보살은 폭격의 흔적을 전혀 찾아보기 힘들 만큼 그대로였다고 한다. 이후로 용산사의 관세음보살은 영험하게 여겨졌으며,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참배하는 대만을 대표하는 사원이다. 
 

보안궁(바오안궁), 공자묘(꽁먀오) 

 위엔산 역(MRT R14)에서 가까운 두 사당은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해서, 한 번에 둘러보기 좋다. 바오안궁은 '의학인 신'이라고 불리는 보생대제를 모시는 곳이다. 타이베이 시민들 뿐 아니라 대만 전국에서 건강을 기원하는 이들과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보생대제는 979년에 푸젠성(중국의 복건성. 대만으로 건너온 한족의 대부분이 이곳 푸젠에서 건너왔다)에서 태어난 실존 인물로, 도교에서 최고 지위의 신 중 하나인 서왕모에게 사악한 악귀와 기운을 몰아낼 수 있는 마술을 전수받았다는 전설과 함께 이후에 많은 난치병을 고쳤다고 한다. 장식과 섬세함은 용산사에 전혀 뒤지지 않으며, 사당이 위치한 동네 분위기가 더해져 중화권 분위기가 더 깊게 다가오는 곳이었다.

바오안궁에서 길하나 만 건너면 공자묘가 있다. 공자묘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하는데, 전반적으로 바오안궁에 비해 확연히 인적이 드물다. 아무래도 학자인 공자를 모신 사당이기에, 절제된 장식과 분위기가 바오안궁과 확연히 대조적인데,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진다.  공자사당 앞에 공자의 가르침을 형상화한 귀여운 원숭이들이 있다.  

밤 시간에 더욱 화려해지는 바오안궁 (보안궁)

행천궁(씽티엔궁)

 중화권이 유독 존경하고, 사랑하는 인물인 관우를 모신 사당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 죽음 후에 성인의 반열에 오른 인물은 유비가 아닌 관우다. 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그의 사당을 무묘(武廟)로 칭하는 것에서도 드러나는데, 참고로 공자의 사당을 문묘(文廟)로 한다. 관우는 용맹하고, 신의 있는 인물인 동시에 재물의 신으로도 여겨진다고 한다. 대만 지하철인 MRT씽티엔궁 역이 있으며, 이 일대는 영험한 장소로 여겨져 점집, 사주를 보는 곳이 많으며 지하철 역의 내부 장식에서도 약간 고전, 전통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사당은 역에서 10분 이상 도보로 걸어야 도착할 수 있다. 

 씽티엔궁은 관운장을 모시는 사당다운 분위기가 있다. 그의 용맹과 신의를 느낄 수 있는 단단함과 기품이 느껴지며, 용산사나 바오안궁의 화려함과는 달리, 절제되어 있으나 충분히 장식적이며 벤치가 있어 앉아서 쉬면서, 구경하기에도 좋다. 기도를 올리는 방문객이 많고, 이들을 줄을 세우는데 질서 정연한 분위기가 있다. 강압적이지는 않으며, 전반적으로 정갈하고, 기품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다른 사원에 비해 담백하고 경건한 느낌의 행천궁, 씽티엔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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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사원만의 분위기 & 방문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여행 전, 투머치한 느낌의 장식과 선이 나의 취향이 아니라고 여겨서 큰 기대가 없었는데, 타이베이 여행 중에서 가장 즐긴 것 중의 하나가 다양한 사원이었다. 특히, 저녁과 밤 시간대에 방문한 사원이 좋았다. 한국의 다소 점잖은 사찰과 유교적인 분위기와 다른 공간의 느낌이 실제로 가보니 좋게 느껴졌다. 너무 과하다 싶었던 장식과 선은 신들의 공간에 어울렸으며, 원색적인 느낌과 복을 바라는 인간의 마음은 어우러졌고 보기 싫지 않았다.

바오안궁을 처음 밤에 방문했을 때, 이색적이고 낯선 느낌에 조금 무섭기도 했으나, 이내 편안해졌다. 어딘가 소박함이 있는 대만의 분위기가 그런 것처럼 화려하게 장식된 사원들도 위압적이기보다는 편안하게 다가오는 곳이었고,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현실을 초월한 장소, 마음을 다스리는 장소는 인간적이며, 엄숙하거나 인위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해질 무렵부터 밤에 이 장소가 신들을 모신 장소라는 것이 더욱 실감 난다. 그 장소에서는 나의 마음과 그리고 초월적인 무언가와도 깊게 접촉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시내의 사원은 그 사원 혹은 사당의 주인공에 따라 각기 다른 분위기가 있으니, 그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특히, 해가 질 무렵이나 밤에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저녁에는 인적이 드문 우리의 사찰과는 달리, 용산사와 바오안궁, 씽티엔궁은 밤 10시까지 개방하며, 사람이 적지 않다. 오히려 퇴근 시간대에는 현지인들의 발길이 많아 지기에 일상에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좋았다. 참고로 공자묘는 밤 9시까지이고, 밤에는 인적이 거의 없기에 공자묘는 무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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