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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 in 유럽

제인 버킨, 몽파르나스 묘지 공원에 잠들다.

by mini's peach 2024.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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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버킨백의 그녀, 프렌치 시크가 수식어로 붙는 제인버킨. 그녀가 2023년 여름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다고 하니 허전하고, 슬픈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녀를 더 많이 좋아했었던 것 같다. 

영국 출신의 프랑스 문화, 1970년의 아이콘 제인 버킨과 세르쥬 갱스부르 커플

그녀가 불렀던 세르쥬 갱스부르의 곡을 듣고 나서, 갱스부르와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독보적인 스타일에, 되게 프랑스적인 느낌의 음악들. 가창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사실 배우 출신인 그녀는 정말 누구도 대체하지 못할 특유의 맑고, 끊어질 듯한 여린 음색으로 갱스부르의 곡과 너무 잘 어우러졌다. 원래 영국인이었던 제인버킨의 노래 속 프랑스어는 현지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차이가 있었다고 하는데, 프랑스인들이 이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Di doo dah를 부르는 1973년의 제인 버킨

 
단순하면서도 유려한 갱스부르의 음악을 그녀보다 더 잘 소화할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들이 함께였을 때, 갱스부르의 기행에 지쳐 그를 떠나 다른 사람과 살았던 그녀였지만, 갱스부르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추도 콘서트에서 중년이 된 제인버킨이 갱스부르의 'je suis venu te dire que je m'en vais'를 울먹이며 부르던 모습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안 어울리는 듯 잘 어울렸던 두 사람. 한 때 부부이자, 1970년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제인 버킨과 세르쥬 갱스부르 모두 몽파르나스 묘지에 잠들었다. 

프렌치 뱅이 너무 잘 어울리는 젊은 시절의 제인 버킨

 
프렌치 뱅이 누구보다도 잘 어울렸고, 일본 방송에 출연해 버킨백을 캔버스화를 신고 밟아서 자신에게 길들이는 모습을 보였던 그녀, 나이가 들어서도 젊은 분위기와 미소가 에뻤던 버킨.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그녀만이 부를 수 있는 느낌이 있고, 아름답다. 2012년도에 버킨이 첫 내한 공연을 왔었다. 그때, 친구와 보러 갔었는데 여리게 노래를 부르지만, 나이가 든 그녀는 여전히 키가 크고, 여유로운 사이즈와 팬츠와 셔츠가 너무 멋지게 어울렸다. 굉장히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고 느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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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버킨과 버킨백. 중년 이후에도 그녀의 미소와 에너지는 여전하다.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공원

파리 14구, 파리의 서남부에 자리 잡은 몽파르나스 묘지공원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이다. 제인 버킨의 별세 소식을 듣고, 그녀가 묻힌 곳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검색 실력이 부족한 건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최근 검색해 보니, 그녀도 전남편인 갱스부르, 그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사진작가였던 딸 케이트 베리가 묻힌 몽파르나즈 묘지공원에 묻혔다고 한다.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공원에 잠든 제인 버킨의 묘

 

파리의 묘지공원 
사실, 묘지공원으로 조금 더 유명한 곳은 쇼팽, 오스카 와일드, 모딜리아니, 몰리에르, 에디트 피아프, 짐 모리슨 등 수많은 유명인들이 잠든 페흐라쉐즈 묘지공원이지만, 비 오고 약간 음침한 날, 주말의 오후임에도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첫 방문 기억이 좋지 못했는지, 개인적으로 몽파르나스 묘지를 더 좋아한다. 페흐라쉐즈는 더 크게 느껴지는 묘들이 다소 빽빽이 있어서 조금 답답하기도 한데, 몽파르나스 묘지는 답답한 느낌이 없고 도심 속에 자리 잡은 죽은 자와 산 자의 아늑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크게 다가와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곳에 세르쥬 갱스부르가 잠들어있다. 11년 전 세르쥬 갱스부르를 찾아 몽파르나스 묘지에 처음 갔었다. 이제는 제인버킨도 그곳에 잠들어있다. 수많은 방문객의 흔적으로 갱스부르의 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꽃, 그림과 음반, 메모, 지하철 티켓까지, 뭔가 그를 닮은 자유로운 방문객들의 흔적이 느껴졌었다. 이곳에서 세르쥬 갱스부르 다음으로 유명한 묘지는 샤르트르와 시몬 드 보브아르일 것이다. 이 둘은 계약 결혼으로 이상적(?) 사랑을 꿈꾸었고, 실천했으며 서로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영혼의 동반자였다. 그리고 죽음 후에도, 몽파르나스에 서로의 옆자리에 잠들었다.
 
제인 버킨은 그녀의 전남편 갱스부르, 그리고 다른 결혼에서 낳은 그녀의 딸(아버지는 갱스부르가 아니다) 케이트 베리와 함께 몽파르나스에 잠들었지만, 묘의 구역은 다른 것 같다. 다음에 파리에 가면, 버킨을 만나러 가야겠다.

어떤 외국 잡지에서 읽었는데, 글쓴이는 몽파르나스 묘지에 갔다가 케이트 베리의 묘를 찾아온 버킨을 봤다고 한다. 운이 아주 좋다면, 몽파르나스 묘지에서 버킨과 갱스부르의 딸인 샬롯을 볼 수 있을까? 
 

 

파리. 세르쥬 갱스부르와 그가 살았던 집, 뮤지엄 메종 갱스부르와 예약하기

프랑스의 유명한 연예계 집안을 꼽으라고 하면, 한 때 부부였던 세르쥬 갱스부르와 제인버킨, 그들의 딸 샬롯 갱스부르. 그리고 남편이 다른 제인버킨의 또 다른 딸들을 꼽지 않을까? 갱스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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