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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 in 유럽

파리의 분수, 식수대이자 아름다운 도시 조형물. 월리스 분수(Wallace Fontaine, Fountain Wallace)

by mini's peach 2024.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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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과 같은 랜드마크가 아닌 파리하면 떠오르는 일상의 조형물이라면, 내게는 짙은 초록색이거나 채도가 많이 빠진 흐른 녹색빛의 벤치와 공원의 의자들, 그리고 월리스 분수인 것 같다. 생활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오늘날까지도 식수대로 그대로 사용하는 150년 넘은 월리스 분수, Wallace Fontaine

파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월리스 분수(프랑스어로 Wallace Fontaine)는 여행 중에 거리에서 한 번쯤은 마주칠 수 있는데, 이 분수는 시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처음 세워진지 150년이 넘었고, 현재에도 사용되는 월리스 분수는 아름답고도 실용적으로 디자인되었다. 오늘날의 파리와도 잘 어우러지는 분수가 그대로 오늘날까지도 사용된다는 사실이 좀 부럽기도 하다. 

파리의 월리스 분수와 사용하는 모습. 기본적인 디자인과 형태는 그대로이나 음용방식이 달라졌고, 컵은 없어졌다.

 
파리는 도시 안에 있는 작은 골목이나 건축물, 조형물을 쉽게  없애지 않는다. 또한,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도시 안에 포함시킬 때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한다. 너무 빠르게 헐고, 반짝반짝하게 새로 짓고는 또 이삼십 년이 못 가서 허물거나 대대적인 개보수를 하는 서울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부러운 부분이다.

시간만이 쌓을 수 있는 무게와 깊이, 그리고 안정감이 있다. 예전에 파리에서 알고 지냈던 나이차이가 꽤 많이 났었던 언니가 해줬던 말이 있다. 네가 10년 후, 20년 후에 파리에 와도 네가 갔었던 그 카페와 식당은 그대로 거기 있을 것이라고... 금방 사라질 것들은 아무리 좋아도 허무함을 남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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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리스 분수는 왜 만들어졌는가? 그리고 리처드 월리스 

19세기 느낌을 잘 간직하고 있는 월리스 분수대는 너무 요란하지 않고도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늘날의 파리와도 잘 어우러진다. 사진을 보면, '어?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파리 시내에 106개가 있으니, 높은 확률로 마주칠 수 있다. 1872년 빌레트 지역에 처음 세워졌으니-현재 이 분수는 없다고 한다-150년이 지난 조형물이다.
 
분수는 프러시아와의 전쟁으로 도시의 기반시설이 파괴되었을 때 만들어졌다. 당시 안전한 식수 공급이 현저하게 어려워졌고, 분수는 누구에게나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분수를 기획하고, 설계를 의뢰하고 자금을 댔던 이는 프랑스와 연이 깊고, 파리 페흐라쉐즈 묘지에 묻힌 영국인 리처드 월리스이다. 그래서 분수의 이름도 그의 이름을 따서 월리스 분수이다. 그는 실용적이고도 아름다우며, 계층에 상관없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분수대를 가급적 많이 만들고 싶은 마음에 다양한 요구 사항을 담아 주문했었다고 한다. 

월리스 분수 사용법과 사용기간 

이동 중에 물을 마시고 싶은 사람은 분수대의 여신/여성 조각이 있는 공간에 있는 버튼을 작동시키면 위에서 물이 흘러나와 마실 수 있고, 빈 병에 담을 수도 있다. 단, 동절기에는 배관 파열 등의 문제로 사용할 수 없고, 3월 15일부터 11월 15일 사이에는 언제든 사용가능하다.  

분수의 디자인과 상징 

caryatids로 불리는 4명의 로마 그리스 풍의 여성이 받치고 있는 돔같은 양동이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분수는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고, 충분히 크지만 강하게 튀지 않아 도시의 전체적인 경관과 잘 어우러진다. 분수에 디자인된 고대 그리스 로마 여성들을 자세히 보면, 각각 자세와 튜닉의 주름이 조금씩 다르며 각각 상징하는 바가 있다고 한다. 사계절인 봄, 여름, 가을, 겨울과 동시에 친절, 단순함, 절제, 자선을 상징한다고 한다.   
 
4명의 여성이 물이 나오는 입구를 둘러쌈으로써, 개와 말과 같은 동물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전에는 물이 계속 흐르는 방식이었으나 현재는 버튼을 작동시키면 물이 흘러나오는 방식이라고 한다. 또, 이전에는 사용할 수 있는 체인으로 연결한 컵을 달아놨었는데, 보건상의 이유로 폐지되어 현재는 컵을 볼 수 없다. 
 

분수의 컬러, 그리고 파리와 함께 연상되는 색 짙은 녹색  

거의 모든 월리스 분수는 파리의 벤치와 같은 짙은 녹색이다. 참고로 이 짙은 녹색은 도시화가 진행되었던 시기에 깊은 자연을 상징하는 색으로 선택되었다고 한다. 보통의 녹색이나 초록색이었으면, 되려 어딘가 인공적으로 튀면서 어색했을 텐데, 짙고 어두운 녹색이라 편안하게 잘 어우러진다. 파리하면 떠오르는 색이 이 짙은 녹색과 건물들의 옅은 베이지 빛, 회색빛이 더해진 색감이다. 

파리의 포인트 컬러, 인공 조형물에 가장 많이 쓰이는 색이 짙은 녹색이다. 영화 속 벤치, 뤽상부르 공원의 의자, 월리스 분수의 녹색. 파리의 녹색들

 

짙은 초록이 아닌 다른 색의 월리스 분수가 보인다면, 그곳은 파리 13구

빨간색, 황금색, 핑크색, 파란색 월리스 분수가 있는데, 13구에서만 볼 수 있다. 13구는 파리에서도 개성이 뚜렷한 구인데, 파리의 차이나타운이 있는 곳으로, 아시아 출신 사람들이 많이 사고, 아시안 레스토랑도 많은 곳이다. 거리에서 색깔이 다른 월리스 분수를 보게 되었다면, 그곳이 파리의 차이나타운 혹은 아시아타운인 13 구임을 알 수 있다. 

파리 13구에서만 볼 수 있는 빨강, 파랑, 핑크, 황금색의 월리스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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