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BTS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지 모르던 시기,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 K 드라마의 인기가 막 달아오르는 시점이었다. 또, 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막 명성을 쌓아가는 시점이었다. 그래서 한국 하면, 삼성과 강남스타일이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사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깐느와 아카데미를 동시에 석권한 기생충, BTS. 그리고 오징어 게임 2 공개를 앞두고,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는 초대형 영희가 등장했다. 한국, 한국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관심을 갖고 인식하는 오늘날이다.
십년 전만해도 대부분의 유럽, 프랑스인들은 거리에서 만나는 동북아시아인들은 중국인, 아니면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다. 일부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거나, 교육 수준이 높은 경우 예외적이었지만, 대게 그러했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중국인을 더 비하하고 놀리는 경향이 있었다. 거리에서 지나가는 아시아인에게 'Chinois(쉬누아, 남자 중국인), Chinoise(쉬누아즈, 여자 중국인), Chine(쉰, 중국)'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대부분 비하와 관련된 것이다.
또, 일본에 대해서는 호감을 갖는 경향이 있었다. 어학원의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의 아뜰리에 수업시간에 일부 교사의 개인적인 선호와 태도였지만, 유독 일본인 학생이름만 잘 외우고 일본, 일본인에 대한 호감이 느껴져서 괜히 기분 상할 때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좀 멋을 부리거나 꾸미고 간 날에는 항상 일본인이냐고 물어보았다. 때로 상당히 정중한 태도로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어김없이 중국인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중국인이냐고 물어보면, 오늘 내가 이상한가? 싶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프랑스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교포 아이는 '쉰..쉰떡' 같은 놀림을 받다 보니, 어느 순간 중국과 중국인이 싫어졌다고도 했다.
"Vous êtes coréenne?" (한국 사람이에요?)
누군가 나에게 국적을 물어볼 때, 이렇게 물어보는 일은 없었는데 처음이었다. 그날은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2명의 프랑스인들이 내게 한국인이냐고 물어보았다. 중국 아니면 일본이었기에, 당시로서는 매우 신선했다. 그래서 맞다고 하며, 어떻게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들은 외모의 특징으로 답을 해주었다. 그들이 묘사한 한중일은 이렇다. 먼저,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 순서로 말해주었다.
중국인은 둥그런 원을 그리고, 손으로 누르는 동작을 취하며 이렇게 눌러놓은 것 같다고 하였다.
일본인은 반대로 손을 얼굴 중심에 모으는 동작을 취하고, 세모처럼 그리기도 하며 압축되고 몰린 느낌을 표현하였다.
한국인은 딱 그 사이라고 하였다.
그려면서 너는 중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닌 그런 느낌이라고 하였는데, 실감 나는 묘사에 웃음이 나왔다.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제는 세련되고, 유독 피부가 좋아 보이면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러던 중 2024년의 비상계엄령, 이후 대통령의 처신이 국격과 대한민국 이미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있어서 너무 속상하다. 어떻게 쌓아온 것들인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