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는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손쉽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기에 자해가 반복되는데, 나아지기 위해서는 자해부터 멈추는 것이 시작일 수 있다. 이번 장에서 자해를 반드시 멈추어야 하는 이유, 자해를 하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 그리고 자해를 중단한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글 순서]
- 다양한 심리문제가 있더라도, 우선 자해부터 멈추어어 하는 이유
- 자해를 멈추기 위해서, 당신 자신의 마음을 더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더 중요하게 돌볼 필요가 있다
- 자해를 중단한 사람들의 특징
다양한 심리문제가 있더라도, 우선 자해부터 멈추어야 하는 이유
임상현장에 유명한 문장이 있다. “행동문제가 있을 경우, 행동문제부터 제거해야 한다.” 자해는 정서적 고통, 나쁜 감정과 관련되지만, 행동 문제이다. 물론, 우울, 불안 등 정서적 문제나 관계문제가 나아지면, 자해의 빈도가 줄어들거나 멈출 수도 있다. 하지만, 자해는 정서적으로 행복하고, 안정된 상태와는 절대 공존할 수 없는 것이다. 정서문제가 나아지더라도 자해라는 방식을 계속 취하고 있다면, 궁극적으로 나아지기 힘들다. 왜냐하면, 심리적 수준에서 행해지는 것과 행동 수준에서 행해지는 것은 그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자해에서 신체적으로 경험되는 고통에 동반되는 일시적인 이완, 쾌락, 무감각으로부터 벗어남 등과 같은 보상은 뇌와 신체의 보상체계와 반응 경향에 흔적을 남길 수 있기에 아주 위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해는 자살과는 엄연히 다르지만, 반복되는 자해는 자살과 무관하지 않다. 자해로부터 얻는 정서적 고통 및 부정정 정서경험의 완화는 일시적이고, 자존감을 떨어뜨리기에 우선 자해부터 중단하고, 공존하고 있는 심리적 문제나 관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해를 멈추기 위해서, 당신 자신의 마음을 더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더 중요하게 돌볼 필요가 있다
만약 자해를 하는 사람이 일상 기능이 좋고, 특히 여성이라면, 이를 검토해보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민감하고, 많은 일들에 대해 과하게 심리나 마음이 작용한 것으로 불필요하게 신경 쓰는 반면, 정작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서 기능이 좋다는 의미는 말하자면, 자기 할 일을 곧 잘한다는 뜻이다. 겉보기에 학업이나 경제생활을 곧 잘하고, 학교, 직장에 대체로 잘 적응할 수 있고, 대인관계에도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자해와 관련된 자신의 마음에 대한 태도는 자기감정과 신체반응이 동반된 정서가 지금 어떠한지, 자신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하는지 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거나, 같이 정서를 나누며 조절을 돕는 다른 타인이나 관계가 부족할 수 있다.
자해에 관한 본인의 연구에서, 자해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현상에 작용할 수 있는 심리적인 것들과 타인의 마음에 대해서 민감하면서, 정작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는 잘 모를 때 자해가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타인의 마음에 민감하고, 현상에 작용하는 심리적인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 수준과 유사하게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알아차리면 자해 위험성이 증가하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인관계나 애착에 외상이 있거나, 타인을 신뢰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또한 자신의 마음과 감정에 대해서 회피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고통스럽고 나쁜 감정, 정서경험을 심리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의미를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정서 경험의 의미를 보다 나은 수준으로 변형시키거나, 적절한 행동과 대처를 통해 정서와 정서가 유발된 상황에 영향을 미치면서 조절을 해나갈 수 있다. 반면, 자신의 정서경험에 대해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은 불쾌한 정서에 압도되기 쉽고, 이를 견딜만한 자원이 부족하여 빨리 나쁜 정서를 피하거나 쫓아내기 위해 자해라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자해를 중단한 사람들의 특징
- 자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것을 분명하게 안다.
- 자기 수용이 증가하였다. 자신과 자신의 감정이 부정적일지라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반면, 긍정적인 정서의 증가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자신의 정서 경험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심리적인 방식으로 조절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정서경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기의 불편한 정서 경험을 피하려고 하는 태도와 마주하고 극복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 정서 경험에 압도되거나 불안이 과도하다면, 심리 상담사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심리치료사는 정서를 피하지 않도록 버텨주면서, 이를 소화가능한 것으로 변형시켜 준다. 점차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고, 자기감정의 신호기능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정서중심치료(EFT)에서는 자신의 정서를 숙달한다고 표현한다.
- 타인에 대한 신뢰가 증가하였다. 혼자 정서를 조절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누군가를 찾는다. 주변에 자신의 정서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사람, 혹은 상담자를 갖도록 한다.
- 주변인, 특히 가까운 사람의 자해는 자해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또한, 자해 경험을 공유하며 위안을 추구하는 것과 같이 직접적인 자해와 관련된 자극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자해 갈망에 타인의 자해가 아니더라도, 특정 관계가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알아차리고, 관계패턴이나 거리 조정에 변화를 갖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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