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 곳 in 유럽

시칠리아, 카타니아(Catania). 활화산 에트나와 어수선한 날 것의 열기가 있는 도시

by mini's peach 2024. 1. 6.
반응형

 시칠리아 제2의 도시 카타니아는 유럽 최대의 활화산인 에트나를 품은 도시이다. 카타니아는 1669년의 에트나 대폭발에서 흘러나온 용암으로 지형이 바뀌어, 과거의 해안지대가 육지가 되기도 했다. 화산 폭발 후인 1693년에는 대지진으로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었는데, 놀라운 자연의 힘과 위력, 파괴와 재생, 복원의 역사를 갖고 있다. 현재에도 활동 중인 에트나 화산이 보이는 카타니아는 뭔가 어수선하지만 생명력이 느껴지는 도시였다. 내게 시칠리아 땅에 처음 발을 디딘 곳이었던 카타니아에 대한 느낌과 사진, 그리고 에트나와 관련된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글 순서]

  • 카타니아, 어수선한지만 열정, 생명력, 날 것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도시
  • 유럽 최대의 활화산 에트나, 그리고 에트나 화산과 관련된 그리스 신화
  • 카타니아를 방문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카타니아, 어수선한지만 열정, 생명력, 날 것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도시 

 많은 여행자는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를 통해 시칠리아에 발을 딛게 된다. 나의 경우, 카타니아였고 이유는 날짜에 따라 다르지만, 가능한 날짜의 베를린발 시칠리아행 항공권 가격이 팔레르모에 비해 카타니아가 훨씬 저렴하다는 이유 한 가지였다. 여행에서 발생하는 위기 상황을 여러 차례 넘기면서, 쓸데없이 걱정하거나 불안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사람 사는 곳, 세상에 대한 신뢰 같은 것이 더 커졌던 나였지만, 시칠리아는 미지의 세계라는 느낌이 강했고, 동행했던 친구가 신이 나서 해적이야기 같은 것을 하면서 들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카타니아=해적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생성되어 있었다. 저녁시간에 공항을 빠져나와 에어비앤비 숙소로 가는 길, 상대적으로 야간 조명 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아 길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차들은 빠른 속도로 달려 갑자기 긴장감이 엄습해 왔다. 어렴풋하게 보이는 까만 야생마 조각인지, 분수대인지에서 강한 본능적 에너지가 느껴졌지만, 왠지 이 낯선 장소가 더욱 낯설게 느껴지는 풍경이었고 갑자기 안전에 대한 불안이 올라왔다. 캐리어를 끌면서 이동하던 중, 어둠 속 저 멀리 골목에서 사람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본 순간, 온몸에 가시가 돋친다고 해야 할까?  본능적인 신체반응이 우선했고, 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이것을 본 동행자는 평소 나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재미삼아 이야기하곤 하였는데, 이런 나의 반응은 처음이라며 나의 본능에 가까운 반응으로 보아 아마도 그 사람이 위험한 인물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다소 어둡게 느껴지는 길에서 언뜻 보이는 돌로 지은 오랜 건물들과 장식, 잿빛의 얼룩덜룩해 보이는 외벽은 아직 이 공간의 질서를 모르는 나에게 정말 미지에 세계에 대한 불안을 고조시켰다. 긴장감 속에서 숙소를 향해 걷고 있는 와중에 보이는 뭔가 퇴폐적이고, 이색적인 포스터가 화가 로트렉의 전시회 포스터였다. 미지의 안전하지 않고, 내가 아는 질서가 아닌 것 같은 세상. 하지만 사실은 미술관 전시회 포스터가 있는 거리, 그리고 인간과 인생의 어두운 면을 표현한 화가 로트렉. 이 모든 것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 같았다. 처음 카타니아에 대해 느낀 미지, 혼란, 본능적인 에너지, 어둠의 활력과 같은 이미지와 화가 로트렉의 세계는 뭔가 묘하게 어울렸다. 다행히 어렵지 않게 숙소를 찾을 수 있었고 숙소로 들어간 직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친절하고 명랑한 에너지를 가진 주인 할머니의 미소와 태도에 마음이 순식간에 놓였고, 따뜻한 조명과 이탈리아 가정집 실내 분위기와 장식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풍요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짐을 풀고, 긴장된 마음을 내려놓고 중앙 광장으로 갔다. 무슨 축제나 행사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무릎 위 길이의 흰색 리넨 원피스인 이탈리아 전통의상 토가 같은 전통차림을 한 남성들이 곳곳에 보였으며, 사람들이 많았다. 카타니아 시내 중심지는 반듯반듯, 길과 블록이 잘 구획화 되어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하고, 들떠있고, 정열, 날 것의 에너지가 한 껏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카타니아가 시칠리아라는 낯선 공간의 첫 도시인 이유도 있겠으나, 이후 방문한 다른 도시와 비교하더라도 무언가 어수선하지만  생명력, 날 것, 열정 같은 것이 유독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화산 폭발과 대지진에 따른 파괴와 재생의 역사, 현재도 살아있는 화산인 에트나가 보이는 곳이 만들어 내는 묘한 긴장감, 죽음과 관련될 수 있는 위험과 동시에 대비되는 생생한 삶. 그런 묘한 활력, 열정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시칠리아 카타니아의 밤 풍경, 툴루즈 로트렉 전시 포스터
시칠리아 카타니아의 밤 풍경
반응형

 유럽 최대의 활화산 에트나, 그리고 에트나 화산과 관련된 그리스 신화

 카타니아의 어느 곳에서나 에트나를 볼 수 있다. 거리는 약 2시간 거리이다. 에트나는 작은 폭발들로 인해 산의 높이가 측정시기마다 바뀐다고 한다. 가장 큰 폭발은 용암으로 카타니아의 해안 지형을 변화시키기도 했었던 1669년의 폭발이며, 당시 사상자 수가 2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카타니아의 건물들은 회색 혹은 잿빛을 띄는 화산석으로 지어졌는데, 현대의 콘크리트 회색이 아닌 자연의 회색과 오랜 장식적 양식이 주는 묘한 느낌이 있다. 이는 꿀과 같은 빛깔을 띠는 대리석으로 지어진 팔레르모 등의 도시의 건물과 다른 카타니아만의 빛깔로, 어딘지 낡은 듯, 투박한 듯한 빛깔과 함께 정돈되지 않은 독특한 에너지가 함께 전해진다.
 시칠리아 곳곳에는 그리스 신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장소가 많은데, 에트나 화산 또한 전해오는 그리스 신화가 두 가지 있어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 신화는 제우스가 거대한 괴물 티폰(티폰은 태풍을 의미하는 typhoon의 어원이라고 한다)을 이곳 에트나 산 밑에 가뒀으며, 이곳 사람들은 산 아래 갇힌 티폰이 분노에 찬 몸부림을 칠 때 화산이 폭발한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에트나 화산과 관련된 신화의 주인공은 헤파이스토스와 아프로디테이다. 헤파이스토스는 절름발이, 노동을 한 유일한 신으로 흔히 추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여신인 아프로디테와 결혼하였다. 아름다운 사랑의 여신은 결혼 후에도 끊이지 않는 염문으로 남편인 헤파이스토스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헤파이스토스는 내면에는 분노가 축적되어 있었으며, 그는 뛰어난 기술로 아름다운 공예품과 작품을 만들면서 분노를 승화하기도 하였다. 고대인들은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이 에트나 산 아래에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아프로디테가 불륜을 저질러 헤파이스토스가 분노에 찬 담금질을 할 때면, 화산이 분출한다고 생각했다. 사랑과 분노는 용암처럼 뜨거운 것인가 보다.  
 

시칠리아 카타니아의 낮 풍경 사진

 

시칠리아에서 꼭 먹어야 하는 디저트. BRIOSCIÀ의 젤라또 빵, 시칠리아의 대표 돌체들

시칠리아의 바다, 산, 초원과 연중 온화한 기후는 품질 좋은 식재료에 유리하다. 특별한 요리 기술이 없어도 될 만큼 시칠리아의 식재료가 좋은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음식뿐 아니라 돌체(dolce)

peach-mindspace.tistory.com

 

 카타니아를 방문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유럽 최대의 활화산 에트나를 방문할 여행자는 카타니아에 들릴 것이며, 에트나 방문 목적이 아니라도 카타니아는 팔레르모에 이은 시칠리아 제2의 도시인만큼  방문하게 될 확률이 높은 곳이다. 카타니아는 시라쿠사의 우아함이나 팔레르모의 유네스코 문화유적과 같은 볼거리는 없다. 개인적으로 에트나를 품은 도시 풍광과 함께 카타니아의 최대 볼거리는 특유의 어수선한 활력, 어딘지 모르게 열정이 살아있는 듯한, 날 것 같은 도시의 분위기인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카타니아를 좋아하거나 혹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여행 책자에 묘사된 카타니아는 "뭐라 정의 내리기 어려운 도시 분위기. 그래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도시"인데, 이에 정말 많이 공감하는 바이다. 나에게 카타니아는 뭔가 날 것 같은 느낌이 있었고, 불호가 아닌 호이다. 개인적으로 팔레르모보다 더 좋았다. 생의 에너지를 많이 잃어버렸다면, 쉼으로 회복되기보다는 위험, 죽음 끝에 오는 재생, 생명력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면, 시칠리아에서 카타니아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시칠리아, 팔레르모(Palermo). 시칠리아 제 1의 유서깊은 도시이자 마피아의 고향

팔레르모는 시칠리아 제1의 도시로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도시이며, 팔레르모 대성당 등 시칠리아에서 가장 많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팔레르모는 시칠리아의 중심

peach-mindspace.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