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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건강과 심리학

두려움. 생존을 높이는 신호. 이 신호를 따라야 할 때와 아닐 때 (feat. PTSD 의 고장난 경보 시스템, 박대성 순천 여고생 사건)

by mini's peach 2024.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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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국민을 놀라고 분노케 한 순천 여고생 살인 사건. 범인 김대성은 피해자를 10분 정도 따라왔었고, 피해자 여학생은 이를 감지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뒤따라오는 남성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말했다. 놀랍게도 친구에게 뒤에 있는 남자에게 칼 맞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늦은 밤이기도 했지만, 평소와 다른 그녀의 공포, 두려움은 매우 정확했다.  

 

만약, 그 여학생이 공포, 두려움을 느꼈던 순간, 친구와의 통화로 불안을 달래며 10여분을 걷지 않고, 바로 뛰기 시작했다면, 혹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까? 너무나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두려움, 공포는 우리의 언어와 의식을 마비시킨다.
그리고 생존을 돕는 즉각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을 하도록 하게 한다.  지체하거나 망설이면 위험해질 수 있다.
물론, 두려움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성장을 위해 마주하고, 극복해야 하는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이해불가능한 이상한 두려움이 온몸을 감쌀 때, 생존 신호로 활용해야 한다. 최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더욱 그래야 하도록 하는 것 같다.

두려움의 일차 기능 : 중요한 신호로 우리의 생존을 돕는다. 

인간이 경험하는 감정을 단 두 가지로 분류하면, 사랑과 두려움이라고 한다(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이는 생과 죽음, 넓은 의미의 에로스와 타나토노스를 연상시킨다. 생을 향해 나아가는 사랑과 결국 소멸하고, 죽음과 관련된 두려움으로, 사랑과 두려움은 인간의 삶, 살아있는 것, 생존과 매우 밀접한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 

 

공포, 두려움이라는 정서는 매우 본능적으로 반응하며, 머리가 이해하기 전에 이미 확산된다. 어두워 잘 보이지 않거나, 심지어 뒤에 누군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은 많지만 평소와 달리 이상하게 몸이 감지한다. 매우 비논리적이고, 이상하지만 뭔가 꺼림칙하고, 소름 끼치는 느낌이 들거나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느낌과 감각이 다행히(?) 틀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경험한 느낌을 토대로 우선 피하는 것이 생존에는 유리할 수 있다. 더욱이 전에 없던 흉흉한 사건, 사고들이 일어나는 요즘은 더욱 그런 것 같다. 

머리, 논리가 이해하기 이전에 몸이 경험하는 정서 & 언어를 마비시키는 이유

두려움은 기본적으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며, 생존 확률을 높여주고, 매우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갑자기 몸으로부터 경험되는 정서이다. 머리가 이해하기 전에, 이미 두려움과 공포는 몸에서 일어난다. 소름이 끼친다거나 등골이 서늘하다거나 털이 주뼛서는 그런 반응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은 어떤 즉각적인 반응을 하도록 한다. 두려움을 야기하는 대상이나 상황에 맞서 싸우거나, 달아나거나, 그것도 아니라 완전히 희망이 없다면 그대로 경직되거나 죽은 척하는 것이다. 

 

이런 정서는 때로 언어와 논리 회로를 차단한다. 왜냐하면, 즉각적인 대처를 하기 위함이다. 언어와 논리는 아주 중요한 기능이지만, 응급적인 두려움과 공포 앞에서는 본능적인 감각이 보다 현명하고, 이로울 수 있다. 언어, 논리 기능으로 판단을 하고,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하면 이미 늦을 수도 있다.  

 

사건이 있던 날, 피해 학생도 어두움 속에서 정확히 두려움을 느꼈고, 친구에게 '뒤에 남자가 무섭다. 칼 맞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살인 자체를 목적으로 짐승 같은 자로부터 10대 여학생이 홀로 목숨을 지키기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고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피해 당사자에게 정확하게 전달된 두려움의 신호, 경고에 즉각 대처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고, 속상할 뿐이다. 

건강하지 못한 두려움 경보 시스템도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어려움

생존을 높이는 신호 기능으로써의 두려움과 즉각적인 대처의 중요성을 말했지만, 이는 크게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만약, 두려움 경보 시스템이 시도 때도 없이, 그리고 상황에 맞지 않게 과도한 두려움이 생겨나면, 이 신호의 잘못됨을 교정해야 한다. 잘못된 신호는 생존뿐 아니라 일상 적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못 울리는 두려움 신호의 경보 시스템이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가진 어려움이다. 매우 큰 충격적인 경험으로 놀란 뇌의 편도체가 진정되지 않아, 시도 때도 없이 두려움 경보를 울리는 것이다.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자라 보고도 놀라는 것과 같은 과잉 반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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