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북경에 가고 싶다. 베이징의 가을은 중국 내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힌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다른 중국의 도시를 많이 가보지 않아서 비교할 수 없지만, 2012년 초가을의 베이징은 그리움이 있을만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현지 예술단지에서 빠르게 변해가는 이 도시를 주제로 기획전을 했었는데, 사실 장밋빛보다는 걱정, 두려움이 더 다가왔었다. 나 역시 베이징의 오랜 골목길인 후퉁, 크고 멋지게 늘어진 버드나무 들에서 뭔가 동양의 고전미 같은 것이 느껴졌고, 높은 회색담장들과 건물들이 주는 운치가 좋아 오래 역사를 가진 이 도시가 너무 빠르지 않게, 잘 보존하면서 변화하길 바랬다.
이후로 베이징에 가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을 줄지 잘 모르겠지만, 2012년 당시에는 없었던 극심한 미세먼지 문제가 이후에 크게 대두되었다가, 적어도 베이징 시내만큼은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확실히 해 문제가 개선되었고, 미중 패권의 갈등이 본격화되는 등 십여년의 시간동안 여러모로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에어비앤비 예약 과정과 운영하는 집이 여럿인 주인장 (알 수 없는 쎄함의 경고)
잠깐 베이징에 다시 가려고 했다가 못 갔던 적이 있다. 이때 에어비앤비 예약과정에서 너무 불쾌한 일을 경험했었는데,
이상한 느낌, 쎄함이란 왜 이렇게도 정확한 것인지 놀랍다.
이전에 여행을 했었기에 어느 지역에서 머물고 싶은지 분명했었고, 올드 타운에 있는 중국의 사합원 주택은 리뷰도 좋고 많았으며, 가성비도 나쁘지 않아 예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머뭇거리게 되었다. 그러다 대체 왜 이래? 예약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라고 스스로 말하며, 검색을 시작한 지 이삼일이 지나 여전히 예약 가능한 것으로 나와 그때 예약 요청을 넣었다.
예약 요청에 대한 응답은 빨리 받을 수 있었는데, 내가 선택한 옵션(독채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여러 명이 방을 쓰는 다른 옵션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거절하자, 다른 집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조금 어이없긴 했다. 보여준 집들은 시내에서 너무 멀고 공항에서는 가까운 집들로 예약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아쉬움을 표하며 이번엔 이용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대화를 마쳤다. 이 집에 예약은 성사된 적이 상태로, 대화는 종료되었다.
하지만 당일 자정 무렵, 예약건에 대한 카드결제가 완료됐다는 문자를 받았고, 이를 취소하기 위해 주인장에게 연락을 했다. 주인장은 취소하지 않은 나의 실수라며(예약이 성립조차 된 적이 없는데 무슨), 어쩔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주인장이 설정해 놓은 조건에 따라 상당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예약 전, 이성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 머뭇거림이 마치 이런 일들을 예고한 것 같았다. 부끄럽지만 나중에는 서로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의 욕설까지 채팅창에 남기며 싸우는 상황까지 갔다.
한국 에어비앤비에 도움을 요청했었고, 에어비앤비 측은 처음 예약 요청 과정부터 전체 대화를 모두 다 확인한 후 전화를 주었다. 상담해 주신 분은 친절하셨고, 내가 이 전의 호스트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음을 알고 있어서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주인장이 베이징에서 여러 집을 숙소로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좋은 호스트도 많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베이징에서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국내가 아니기에 해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실책이 없기에 다 잘 해결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고 한 달여쯤 지나서 나는 모든 금액이 환불된 카드사 문자를 받았다.
한 가지 더, 약간의 응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나의 이상한 사기? 예약이 사용완료 된 시점 이후로 나는 결제를 한 이용자였기에 집과 호스트에 대한 리뷰를 남길 수 있었다. 설레는 순간이었다! 주인장 소개와 리뷰들에서 그가 키가 작은 젊은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리뷰에 자기중심적인 중국 소황제라고 평하며, 리뷰를 남겨놓았다. 이후 이것이 삭제됐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행운이 따랐던 나의 중국 여행 경험들에서 단 한 번의 최악의 경험이었다(여행도 못 간 상태에서). 이제는 에어비앤비 앱도 삭제한 지 오래라, 그가 지금도 에어비앤비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가끔 뉴스를 보니 호스트들도 게스트들로부터 수도세, 가스비 폭탄을 맞기도 하던데 이런 문제들은 잘 해결이 되고 있는지... 이전에 다른 해외에서도 에어비앤비로 좋은 경험을 했음에도, 이 일 이후로 에어비앤비를 사용하기가 좀 꺼려지는것은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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