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칠리아에는 각자 다양한 개성들을 가진 도시가 많다. 팔레르모, 시라쿠사, 아그리젠토, 발 디 노토, 카타니아, 모디카, 라구사, 타오르미나 등등. 그리스, 로마, 바이킹, 아랍 문화가 이 섬에서 각각 꽃피고, 뒤섞인 흔적들을 볼 수 있고, 바다와 산 심지어 살아있는 활화산, 질 좋은 식재료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화창한 날씨, 이 모든 것이 시칠리아에 있다. 로마나 피렌체와 같이 세계 최고의 화려한 유산은 아니지만, 충분히 아름다우며 다양한 개성과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곳 시칠리아.
엔나는 그중에서도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고, 볼거리도 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광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내 마음을 단 번에 사로잡아, 그 풍경을 즐기기 위해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엔나이다. 시칠리아에 오면, 아마도 여러 곳을 둘러볼 것이다. 그러던 중 여행의 피로가 쌓일 때, 하루 이틀 묵으며, 충전하고 쉬기 좋은 곳이 엔나이다. 신화 속 페르세포네, 하데스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곳. 위치상으로는 시칠리아의 중심이지만, 높은 고도에 위치하여 외부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곳이 엔나다. 이곳에 간다면, 당신은 충분히 쉴 수 있을지 모른다.
엔나의 풍경과 신화
엔나는 시칠리아의 중심부에 위치했으며, 해발 931m이다. 엔나도의 현도로 이탈리아 내에서도 가장 높은 현도라고 한다. 이러한 위치는 엔나가 시칠리아의 중심에 위치했음에도 상대적으로 다른 도시들에 비해 외부 영향을 덜 받게 되었고, 시라쿠사, 팔레르모, 노토 등에 비해 볼거리 유적이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엔나의 언덕 풍경 사진을 본 순간, 무조건 가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본 순간 시칠리아에서 머무는 내내 중에 가장 감동적이기도 했던 것 같다. 라구사의 아름다운 협곡과 건물들이 보여주는 풍경과는 다르다. 어째서 신화의 이야기가 탄생했는지, 정말 그러했을 것 같은 느낌이 눈으로 쉽게 설득되는 풍경이었다. 자연적이고, 아름다운 신화적인 풍경이다. 그리고 페르세포네 이야기는 특히, 심리치료를 전공한 이들에게는 더욱 풍부한 의미가 있지 않는가?
저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엔나의 중앙 광장 바로 옆이다. 그리고 주변으로 롬바르디아성과 성곽이 펼쳐지고 산책하기에 좋다. 작은 도시라서 광장을 중심으로 발길이 닿는대로 걷다 보면, 도시를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그리고 데메테르
순수하고, 순결한 소녀의 이미지를 가진 페르세포네. 그녀는 대지의 여신, 모성의 신인 데메테르의 딸이다. 즉, 안락한 모성에서 보호받고, 한편으로는 세상 경험이 부족한 페르세포네는 들판에서 놀다가 지하의 신 하데스에게 납치되었다. 페르세포네는 이렇게 어머니와 이별하게 되고, 모성으로부터 분리된다. 이후, 하데스와 함께 지하세계에 살게 되면서, 지하세계의 여왕, 지하세계를 방문하는 이들의 안내자가 된다. 많은 심리치료사가 가지고 있는 원형이 페르세포네라고 한다. 순수하고 순결하던 소녀는 이렇게 어머니와 분리되어 자신의 길을 걷게 된다. 페르세포네가 납치된 후, 너무 슬퍼하던 데메테르를 위해 페르세포네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데, 이때 하데스는 그녀에게 석류알을 건네었다. 석류(지하세계의 음식)를 먹었기 때문에 페르세포네는 지하세계를 완전히 떠날 수는 없었다. 그 후로 일 년의 반은 지상에서 보내며, 지하세계와 지상세계를 넘나 든다. 오래전 드라마나 실제 이야기에도, 어머니의 말을 어겨본 적이 없고 보호에 익숙해 순수하고, 세상물정에 어두운 여자들이 다소 거칠거나,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온 남성들을 만나는 식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상적으로 각인된 신화인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신화가 서려있는 곳, 엔나는 그래서 더 특별했다. 그리고 그 풍경은 가히 그런 이야기와 어울리는 신화적 풍경이었다.
엔나를 추천하고 싶은 여행자
앞에서 언급한 대로 엔나는 볼거리가 많은 곳이 아니다. 하지만 시칠리아에 다시 간다면, 꼭 다시 갈 것이다. 그만큼 잊을 수 없는 풍경이 있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산책하다가 바라보는 풍경이 좋았다. 다소 높은 해발고도에 고립된 듯하지만, 음침하지 않고, 평화롭고 조용히 쉬기 좋은 곳, 그래서인지 관광객이 거의 보이지 않아 더욱 평화로운 곳, 음식값도 시칠리아 내에서도 더 저렴하고, 광장의 분위기가 편안하다. 여행의 피로를 조용하게 쉬면서 풀고 싶거나,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신화에 마음이 끌리거나 또 신화적인 풍경, 자연풍경을 많이 걷지 않고 보고 싶다면, 엔나에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묵기에 좋고, 하루 정도 자면서 쉬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광장에서 먹던 저렴하고 맛있던 에스프레소와 빵, 롬바르디아 성곽 근처에서 치즈를 팔던 아저씨가 맛보라며 건네주던 맛있는 치즈. 인간적이고, 관광지 분위기가 없어 조용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던 곳이 엔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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