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환경이냐 아니면 타고나는 것이냐’ 이는 발달과 심리학의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기질을 고려할 때, 스스로 타고나는 것을 무시하기 어렵다. 분명히 여러 환경에 더 적응하기 쉬운 기질과 특성을 타고나는 이들이 있고, 적응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다. 특히, 어린아이와 같이 각자 타고난 기질적 특성을 보완할 수 있는 자질과 성격을 충분히 발달시키지 못한 상태에서는 기질적 특성의 영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기질 및 성격검사인 TCI의 기본 가정과 예민하고, 까다로운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기질의 특성을 알아보자.
- 기질이란? 기질의 적합도 모델
- TCI 기질 및 성격 검사의 기본 가정
- 성격적 성숙도 : 기질의 자동 반응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 TCI는 기질을 어떻게 평가하고 분류하는가? TCI 기질의 하위척도
- 적응에 유리한 기질 VS 적응이 어렵고, 까다롭고 민감한 기질
- 어린아이 상담실에서 자주 보이는 기질의 특성
기질이란?
기질은 유전적이고, 생물학적 특성으로 신뢰로운 안정적인 특성이다. 기질은 정서적 반응성을 결정하며, 어떤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둔감하게 반응하는지에 영향을 준다. 어떤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기질일수록 관련된 정서와 행동 반응이 일관되고 강하게 나타나기 쉽다. 타고난 기질은 성격발달의 원재료로, 어떠한 기질은 관련된 특정 성격장애에 대한 취약성을 내포하기도 한다.
기질의 적합도 모델
기질에 따라 더 맞고, 조화로운 환경은 다르다.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많고 충동적인 기질의 사람에게 적합한 환경과 신중하고, 꼼꼼한 기질의 사람이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은 다를 것이다. 이를 기질의 적합도 모델(the goodness of fit model)이라고 한다. 기질의 적합도란, 기질적 특성과 맥락적(환경) 요구가 조화를 이룰 때, 보다 바람직한 발달이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TCI 기질 및 성격 검사의 기본 가정
대표적인 기질 및 성격 검사인 TCI의 기본 가정은 누구나 타고나는 생물학적, 유전적인 특성, 정서적인 반응 경향성과 같은 기질이 있고, 이러한 기질적 특성을 바탕으로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일생에 걸쳐 성격을 발달시켜 나가는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어떠한 기질적 특성이 발달시키기 쉬운 성격적 특성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살아가면서 각자의 기질적 특성 및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성격을 개발하고 성숙시킬 수 있다. TCI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적 특성을 확인하고, 동시에 후천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는 성격적 성숙도를 확인한다. 남들보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 쉬운 까다롭고 민감하거나 불안정한 기질적 특성을 갖더라도, 후천적인 성격적 성숙도에 따라 환경 적응 및 대인관계 및 생활 만족감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성격적 성숙도 : 기질의 자동 반응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타고난 기질적 특성으로부터 자유로울수록, 후천적인 성격적 성숙도가 높은 것으로 본다. 정서적 반응양상이 비슷한 같은 기질유형에서도 적응적인 사람과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후천적으로 성격의 성숙도가 높다면, 타고난 기질의 자동적인 반응을 조절하기 수월하다. 성격은 경험의 의미와 중요성을 변화시키고, 성숙한 성격의 사람은 기질에 의해서 유발되는 자동적인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고 변화시켜 보다 유연하게 행동하고, 선택할 수 있다. 반면, 미성숙한 사람은 기질적 특성에 고착되어, 자동적이고 선택의 폭이 좁은 경직된 반응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TCI는 기질을 어떻게 평가하고 분류하는가?
TCI는 기질을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으로 측정한다. 각 특성이 보통 수준인지, 혹은 낮거나 높은지, 그 정도가 극단적인지를 고려한다. 기질의 각 요인은 하위 척도를 가지며, 기질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위 척도까지 고려해야 한다. TCI에서 기질적 특성은 인내력을 제외한 자극추구-위험회피-사회적 민감성의 조합으로 각 유형의 특징을 알 수 있으며, 각 요인은 다음과 같다.
자극추구(Novelty Seeking)
새롭거나 신기한 자극에 강하게 반응하는 유전적 경향성이다. 두뇌 행동 활성화 시스템이며, 도파민 기제와 관련된다. 자극 추구가 높으면 흥분과 보상을 추구하는 탐색 활동이 증가하는 반면 단조로움과 처벌은 적극적으로 회피하려는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 B군 성격장애 (반사회성, 경계선, 연극성, 수동공격성)과 높은 정적 상관관계를 보인다.
하위척도 : NS1 (탐색적 흥분 / 관습적 안정성) NS2 (충동성 / 심사숙고) NS3 (무절제 / 절제) NS4 (자유분방 / 질서 정연)
위험회피(Harm Avoidance)
위험하거나 혐오스러운 자극에 강하게 반응하는 유전적 경향성이다. 처벌이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행동을 억제한다. 두뇌 행동 억제 시스템과 관련, 세로토닌 기제와 관련된다. C군 성격장애(강박성, 회피성, 의존성)와 와 높은 정적 상관을 보인다.
하위척도 : HA1 (예기불안 / 낙천성) HA2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높음 / 낮음) HA3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 높음 / 낮음) HA4 (쉽게 지침 / 활기 넘침)
사회적 민감성(Reward Dependence)
사회적인 보상 신호에 대해 강하게 반응하는 유전적 경향성이다. 사회적인 보상 신호에 의해서 이전의 보상이나 처벌 감소와 연합되었던 행동이 유지되는 것으로, 두뇌 행동 유지 시스템, 노어에피네프린 기제와 관련된다. A군 성격장애(분열성, 분열형, 회피성)와 높은 부적 상관을 보인다.
하위척도 : RD1 (정서적 감수성 높음 / 낮음) RD2 (정서적 개방성 높음 / 낮음) RD3 (친밀감 / 거리두기) RD4 (의존 / 독립)
적응에 유리한 기질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의 특성이 특별히 높거나 낮지 않고 보통 수준일 때 적응에 가장 좋은 기질적 특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질은 적절한 흥미와 호기심, 활력을 보이지만 지나치거나 충동적이지 않으며, 위험에 대해 불안해하고, 조심할 수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지 않고 스트레스로부터 회복 탄력성이 있고, 타인의 반응에 지나치지 않고 적절한 수준에서 민감하며 자신의 행동을 조율할 수 있어, 스스로의 자율성과 연대감을 고루 갖추는데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적응이 어렵고, 까다롭고 민감한 기질
어떠한 기질이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을 경우, 관련된 자동반응이 매우 강하고, 일관적으로 나타나기에 반응을 조절하거나 대안적인 행동 및 반응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므로 기질의 하위 요인인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이 극단적으로 높거나 또는 극단적으로 낮은 경우와 같이 극단적일 때 적응 및 성격 발달에 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TCI에서는 한 가지 요인이 극단적인 경우(기질 1차 유형), 두 가지 요인이 극단적인 경우(2차 유형), 세 가지 요인이 모두 극단적인 경우(3차 유형)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어린아이 상담실에서 자주 보이는 적응이 어려운 기질의 특성
연령이 어릴수록 자신의 기질적 특성을 보완해 주거나 보다 적응적인 반응을 발달시킬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질적 특성의 영향을 보다 강하게 받으며, 기질적 특성이 매우 강한 경우에 더욱 강렬한 반응을 보이고, 환경 변화에 매우 예민할 수 있다. 상담실에서 보기 쉬운 아이의 기질적 특성은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이 모두 높은 값을 갖거나, 자극 추구와 위험회피가 높으면서,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경우이다. 각각의 특징을 살펴보면,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이 모두 높은 아이의 특성은
예민한 아이로, 감수성이 풍부하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과 흥미를 보이지만, 신중하며 매사에 빈틈없는 듯한 모습이다.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느끼지만, 타인의 반응에 민감하며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갖기 위해 애를 쓴다. 민감하고, 때로 너무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느라 걱정이 많고 쉽게 지칠 수 있으며,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한 경향이 있다. 대인관계에서 자기주장을 잘하지 못하고 수동적이거나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며, 때로 억압된 감정을 충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타인의 반응과 관계를 지나치게 민감하여, 분노나 불만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위회적이거나 수동-공격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자극추구, 위험회피는 높으나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아이의 특성은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이 들며, 풍부한 감수성과 순발력으로 임기응변에 뛰어나다. 남들이 주저하는 일에서도 담대하게 나설 수 있고, 좋고 싫고의 표현이 명확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도 별로 개의치 않는 편이다. 한편, 충동적이고, 성급하며 감정 기복이 크고 불안정하며 대인관계에서의 갈등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배려하지 못해, 친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힘들고, 애정과 분노가 강하게 일어나는 특성이 있다.